화면이 아니라 이안이와 눈을 맞추고, 글자가 아니라 이안이를 안고 싶다. 사랑하는 동안에는 머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모든 감각으로 부지런히 사랑, 그것만 하고 싶다. 아마 그것이 내가 이안이에게 배운 사랑이 아닐까. - P156

산책, 간식, 그리고 사랑이면 끝. - P157

이안이를 더 사랑할 것이다. 우리의 사랑이 언젠가기쁜 그리움이 되는 날까지 나는 나의 작은 강아지를 오래 사랑하겠다. - P158

나는 방 하나를 다 차지하는 건조대 위에 널브러진빨래를 보며 빨래를 햇빛에 말릴 수 없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또 그 삶을 벗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 P163

섬유유연제는 방패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상한 냄새‘
가 나는 외국인이 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빨래를 할때마다 섬유유연제를 듬뿍 넣었다. 김치나 된장찌개 같은 한식도 잘 먹지 않았고, 한겨울에도 오랫동안 창문을 열어두었다. 나는 다치고 싶지 않았다. - P164

사지 않을수록 꿈에 더 가까워진다는 것도. - P168

사방이 캄캄했고, 차의 향기가 좋았고, 창문을 열자 가을 문턱에서 부는 새벽바람이 조금 차가웠다. 고독의 마음이 조금 풀어졌을까. 나는 마침내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혼자라는 감각! 드디어 고독과내가 만났다. - P171

그 후로도 고독과 나는 오랜 시간 많은 것을 나눴다. 당연히 하루아침에 삶이 나아질 리 없었지만, 나아지지 않는 삶으로도 나만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것을 나는 고독에게 배웠다. - P172

그 나라에서 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역시자연이다. 계곡의 짙은 안개, 황금빛 숲, 밤나무, 아카시아....... 낙엽을 "대지라는 거대한 무덤을 향해 날아가는 금빛 물방울"이라고 표현한 헤세의 문장에 100년 전,
어느 가을의 맑고 차가운 공기가 내게 온다. - P177

"몰라요. 그 동네에서 혼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곳은 거기뿐이라 그랬는지, 멀리 가고 싶었던 건지. 그래도 돌아오는 게 무서워서 아주 멀리는 못 갔던 거예요.
나는 사람의 귀소본능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사는 게직선이 아니라 원을 도는 일 같아요. 크게 도는 사람, 작게 도는 사람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 돌아봐야 원래 있던 그 자리 같은데...…… 아닌가요?" - P186

이사를 했다. 춘포에서 살게 됐다. 나는 내가 장소를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가 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믿는다. - P193

"닳지 않도록 꾸준히 돌볼 것, 어쩔 수 없는 상처와흠집을 무늬로 받아들일 것." - P196

"나는 쓸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쓸 수 있는 사람, 얼마나 가슴 벅찬 말인가. - P197

콜레트는 본질적인 예술이란 "기다리고, 감추고, 부스러기를 모으고, 다시 붙이고, 다시 금박을 입히고, 가장 나쁜 것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바꾸는 법을 배우는, 저 시시함과 인생의 맛을 잃는 동시에 회복하는 법을 배우는 내면의 업무"라고 말했고, 나는 이곳에 돌아와 비로소 내게 글쓰기가 그런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P198

‘마지막 말, 끄덕임.‘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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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쓸 무렵자신의 주인공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세 가지 요소로 유머, 친절함, 자기 억제를 들었다. 이 세 가지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것이라는 거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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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서 갑자기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 집도있고, 누군가는 이혼을 하고, 또는 중병에 걸려 오래 투병하고, 사람 사는 형태가 고스란히 우리 모임에 투영되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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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굳이 사고 싶은 게 있어야지.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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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굳이 사고 싶은 게 있어야지.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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