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비서를 통해 전해온 편지는 잘 도착했다. 동봉한 아이의 사진도 잘 보았단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 P117

고개를 돌리니 내 옆에 앉은, 흰색 셔츠를 입고 뒷머리를 짧게 잘라 목덜미가 훤히 드러난 남자가 보였어. 하얗고선이 가는 얼굴에 체격이 호리호리한 그 남자가 자기 이름이 정인수라고 하더구나. - P120

"윤동주라는 이름을 가진 것치고 너무 시에 무관심한것 아니에요?" - P122

"지금 그게 중요한 건가! 당신이 이곳 호텔에 드나든다는 소문이 학교에 쫙 퍼졌어."
"맞아요. 나 여기서 일하고 있어요. 그게 당신이랑 무슨상관인데요?" - P124

그 순간, 그의 눈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어. 그 눈빛은 나에게 일종의구원이었단다. 그래, 그런 줄로만 알았어. - P126

행복을 위해? 아니, 파멸을 위해. - P132

마츠노 사치코, 너라는 존재 자체. - P133

하나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뜨거운 물을 오래도록 맞고 서 있었다. 식은 몸을 데우기 위한 것인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P139

하나는 점점 막막해졌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름이 기록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권력에서 밀려난 사람들, 죄를 감춘사람들, 끝내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품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이야기의 중간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하나는 문득 생각했다. 살아 있는 동안 끝내 입을 다물어야 했던 사람들, 말하지 못한 사연들은 결국 어디에 쌓이는 걸까. 기억에서 잊힌이름들과 이야기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면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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