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재원의 취미는 취미 이상의 취향을 내포한다. - P226
하지만 아무도 없는 이 집은 재원에게 안전할지언정, 따뜻하는 않다. 재원은 상미와 영상통화를 하며 자기도 모르게 울먹이는데, 이때 재원이 느끼는 슬픔은 상미와 세라를 향한 그리움인동시에 수치심, 외로움, 불안을 촉발한 퀴어 정동을 모두 끌어안은 감정에 가까워 보인다. - P235
프로이트가 성적 주체로서의자기발견이 있어야 진정성을 추구하는 삶이라고 푸코가 끊임없이 자기를 생산하고 발명하는 것이야말로 자아 미학이자 윤리적삶의 태도라고 주장했듯이 재원의 하루는 ‘나‘를 무너뜨리고 또다시 ‘나‘가 되는 그 과정의 한 장면으로서 충분히 의미 있다. - P235
남편이 마음을 먹기 전까지는 희망이 있었다. 문제의 다짐은이른바 남성성 상실과 관련된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남편의자발적인 존재 축소가 아내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건. - P241
"삼삼칠 박수 쳐줘." 운주가 말했다. 경수가 무릎을 꿇었다. 이 "충남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는 우제라는 친구가 있어." "내가 우제를 몰라? - P245
"어, 몰라. 네가 알던 사람이 아니니까. 우제가 채식주의자가되었어. 구제역 파동 때 살처분 현장을 목격하고는 다시는 육식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어. 어떤 것은 알게 되면 과거로 돌아갈 수없어. 머리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에서 아예 안 받아버려. 나에게도 불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났어." - P245
좋아하는 가수, 저주하는 교사, 성격 그리고 혈액형으로 노는무리가 나뉘었다고 증언하길 바라겠지만, 현실은 대단히 명료하고 심플하여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애들끼리 놀았다. - P249
・밤마다 애를 잡으려고 시속 십 킬로미터로 골목을 누비고 다녀.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려도 무시하고 차창에 얼굴을 붙이고 거리를 훑어. 며칠 전에는 애를 노래방에서 끌고 나왔는데비디오방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제는 애가 친구를집에 데려와 재웠는데 오늘은 애 안 찾고 편히 자겠구나 싶어서고맙더라. 친구 아빠가 애를 장난 아니게 패서 집에 못 들어간다던데 배우고 싶더라고. 우리는 애 어릴 때 때리질 않아봐서 지금도 못하거든." - P252
운주는 새 동네에 옛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다시 오토바이를타고 다녔고 머플러에 종아리를 데었다. 운주에게는 선숙이 필요했다. 살면서 초라함을 느낄 때마다 운주는 선숙을 통과하여 스스로를 고양했다. - P253
지문으로 지저분한 유리문을 밀며 빌라에 들어선 운주는 오늘의 일일야성野性이 기다려졌다. 몇 년 사이에 유행한 그 말은하루 동안 야성을 되찾는다는 뜻으로, 주로 캠핑을 떠날 때 사용했다. 아니면 갑자기 월차를 쓰고 출근하지 않을 때라거나. 산세가 깊어 캠핑 스폿으로 유명한 모 지역은 군의 슬로건까지 바꾸었다. J군에서 보내는 일일야성. 문명이 지워낸 나를 다시 찾는하루. - P254
"나 그 얘기 하면 잠 달아나는데." 선숙이 부스스 일어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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