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는 건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삶에 대해 계속해서 듣는 일이다. 그 목소리를 판단하거나 규정하거나 멋대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듣는 것. 그것이 기억하는 일의 가장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들의 명예와 존엄을 지키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 과제가 2024년 봄, 여기에 남아 있다. - P244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라고 묻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줄 수 있다는 사실도. - P245

*진은영, 「그날 이후」,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학과지성사,
2022, 48쪽. 이 시에 시인이 붙인 말을 옮겨 적는다. "유예은은 2014년의 4.16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학생입니다. 10월 15일, 안산의 치유공간 ‘이웃‘에 예은이 부모님과 하은, 성은, 지은 세 자매, 그리고 친구들이 모여 아이의 열일곱번째 생일 모임을 했습니다. 그날은 쌍둥이 언니 하은이의 생일이기도 했습니다. 생일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예은이를 대신하여 시인 진은영이 예은이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 P248

그런 게 혐오의 본질 아닐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무턱대고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거. - P255

이 모든 일이 한 마리의 고양이를 사랑하면서 시작됐다. - P262

할머니를 두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가 노쇠하고 기억을 잃어서도, 이곳에서 우리에게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만도 아니었다. 가만한 눈맞춤,
희미한 미소, 길게 이어지지 않는 대화 속에서 전해지던 애정의 여운 때문이었다.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조금도 갚을 수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불균등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읽는 일은 없을 테지만, 이 책을 할머니에게 바치고 싶다. - P272

나의 찢긴 일기장에게, 그걸 찢어 버린 어린 내 손에게, 연필을 깎던 아침에게, 아팠던 무릎에게, 나를 바라보고 매만졌던 사람들에게, 내가 애써 삼킨 말들에게, 열리지 않던 창문에게, 다정한 눈물에게, 눈물보다 부드러웠던 깊은 잠에게,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에게, 젊었던 할머니에게, 상처와 치유를 주던 시간에게, 좋아하던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밥상 앞에 앉아 있던 일곱 살의 나에게, 케이크 위 작은 촛불들과 고깔모자, 달콤한 마가렛트 과자에게, 높이 날아간 그네에게 이렇게 멀리서 인사를 보낸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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