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솔아"
도담이 어둠 속에서 소리 내어 이름을 불러봤다.
"이해솔." - P91

"할머니, 그런 소리 하지 마. 할머니 없으면 난 어떡하라고."
시간이 아주 느리게 갔으면 좋겠어... 해솔은 할머니를많이 주무르고 살을 부비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없었다면 정말 자신은 어떻게 됐을지도 몰랐다. - P99

"네 어두운 그늘까지 사랑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 P102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 P104

"실제 삶에서 우리는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지만 극 중 등장인물은 존재 이유가 명확하잖아. 그래서 나는 이야기가 좋아." - P113

두 사람은 며칠 동안 밖에 나가지도 않고 서로를 안기만했다. 배고파지면 방 안에 있는 것을 먹었고 그 외에는 안는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듯 다시 안았다. 방 안이 서로의 체취로 가득했다. 헤어져 있던 시간을 채우려는 듯 오래서로를 안고 있었다. 박탈당했던 행복을 되찾은 것처럼, 품에안고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다시 잃어버릴 것처럼. - P127

"이제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살고 싶어." - P129

도담과 해솔 사이에는 잘못 디디면 휩쓸리는 소용돌이가도사리고 있었다. 좋을 때 두 사람은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았지만 나쁠 땐 한없이 나빴다. - P146

그 무렵 해솔은 이민 간 사람들의 블로그를 열심히 검색해보곤 했다. 도담과 함께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무더운 여름이 없는 나라, 비가 적게 오는 나라를 찾아봤지만 그런 곳은 드물었다. 그러나 도담은 기가 차다는 듯반문했다. - P161

"너도 그렇지 않아? 나한테 잘하는 게 미안해서인지, 사랑해서인지." - P169

"네가 사랑해라고 하는 말이 이젠 미안해라고 들려."
도담의 말에 해솔은 충격받은 채 서 있었다. 도담이 해솔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나는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 - P170

"베스트 프렌드 같은 거 나도 없어요."
"이상하다. 왜 내가 친구 없다고 하면 다들 자기도 친구 없다고 하지." - P194

의아한 얼굴로 승주가 물었다. 쉽게 답할 수 없었다. 해솔과 자신을 과연 무슨 사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은인? 친구?
연인?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잊으려애썼지만, 사실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이름이었다. 어디선가수면을 요란하게 때리는 장대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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