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와 근정은 학원에 가지 않는 날이면 몰래 야간자율학습을 빠지고 곧잘 놀러 다녔다. PC방에 가기도 했고 만화책을 잔뜩 빌려 뚜비네에 가기도 했다. - P260

"아와모리. 오키나와 소주예요." - P263

문주는 몹시 난처했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근정은진작에 이해하고 있었다. 그 무언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곤경에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P264

"친구가 그러더라. 징그럽다고. 나는 오히려 묻고 싶었어. 도대체 징그럽지 않은 사랑이 있기나 한 거냐고 있다면그건 어째서 징그럽지 않은 건데?" - P270

"꼭 하고 싶었던 거야?"
"글쎄, 그렇다기보다 맹세라는 거, 그런 걸 하면 내가좀 더 행복하게 오래 살 것 같아서." - P271

"진심을 진심으로 대하겠습니다."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자주 놀러 가겠습니다." - P280

해가 완전히 저문 뒤의 작은 뜰은 고요했다. 제때깎지 않아 무성한 잔디 사이로 시큼한 냄새가 풍겨왔다. 그것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단단했을 무언가가 서서히 무르고야 마는 냄새였다. - P283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토성인 것만 같은 기묘한 착각에빠져들 때가 있다. 연결은 차고 넘치는 데 세계의 밀도는낮아지고, 주고받는 말과 정보는 많지만 오가는 온기는 떨어지니 소외는 일상의 감각이 된다. 예소연은 이렇듯 성긴세계에서 사람들 사이에 미묘하게 발생하는 감정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너의 나쁜 무리>는 ‘토성화‘된 지구의 이야기이자 그 성긴 세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닿는 방식을 탐색하는 소설이다. 개인의 내면을 파고드는 대신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관계의 감각을 포착하는 와중, 이책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성긴 시대의 풍경을 다단한 관계 속에서 차분히 드러낸다. - P286

어느 순간부터 나라는 사람에게서 멀어진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살면 살수록 더 희미해지고 미약해지는데 사라지는 나를 붙들어주는 건 늘 내 곁에 있는 함께 희미한존재들이었습니다. 어느덧 나를 정체화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 또한 그럴 것이라는생각이 들자 삶에 대한 의지가 생겼습니다. 생활을 만들어주는 건 다름 아닌 만남들이었고 만남들 속에 대화가 있었으며 대화 속에 나의 작은 말이 비로소 떠돌았습니다. - P292

저는 단지 어떤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사람과 사람이 등장하는 일일수록 소설 속 세계는 걷잡을수 없이 커졌습니다. 꼭 타이쿤 게임을 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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