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길에 두 번이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깐 눈을 붙였지만 섬에 들어오자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고 온전히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해변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칠흑같이 까만 길까지도 생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높고 든든한 산과 헐벗은 언덕, 그리고 저 아래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선명하고 기분 좋게 철썩이는 대서양의 존재를느꼈다. - P53
도롯가에서 작고 통통한 암탉이 뭔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서 목을 쭉 빼고 돌을 디디며 길을 따라 걸었다. 정말예쁜 암탉이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파우더라도 바른 것처럼 깃털 끝이 하였다. 암탉이 풀로 뒤덮인 가장자리로 뛰어내리더니 왼쪽도 오른쪽도 보지 않고 달려서 도로를 건넌 다음 잠시 멈춰 날개를 다시 정리하고는 절벽을 향해똑바로 질주했다. 그녀는 절벽 끝에 도착한 암탉이 고개를숙이더니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뛰어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절벽 밑을 내려다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막상 내려다보니 별로 멀지 않은 곳에 풀로 뒤덮인 널따란 바위가 튀어나와 있고 아까 그 암탉을 비롯한 닭 여러마리가 모래 구덩이에서 몸을 긁거나 만족스럽게 누워 있었다. - P59
"아니." 그가 즉시 말했다. "아무것도 없어." 무슨 이유에선지 그녀는 그를 빤히 보며 기다렸다. "글쎄." 그가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땅은 모르겠다. 당신한테 땅은 주고 싶지 않을 거 같아." - P65
두 사람이 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빗장을 열면서 그가 자신을 내보낸 다음 문을 잠가버릴 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그를 먼저 내보내고 뒤따라 나갔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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