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야기는 상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나는 이문제로 오래 고민해 왔다. 혼자 정리한 바를 말하자면 이야기가상처를 대하는 태도는 회피하기, 덧씌우기, 마주하기로 꼽을 수있다. - P290

그러나 큰유진의 이야기는 상처가 혼자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님을, 아픔을 나눌 수 있음을 여러 형태로 보여 준다. 같은 상처를 입은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나아가 아예 상처와 무관한 사람과도 상처를, 아픔을 나눌 수 있다. 상처는 홀로 만드는것이 아니라 상호적이다. 상처를 주고받은 경험은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 P293

이야기는 타인의 상처를 외면하는 이들을 옹호하지 않지만,
이들을 성실하게 그려 냄으로써 상처를 나눈다는 것이 간단치않은 일임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큰유진과 작은유진의상처가 단순화된 이야기 장치, 곧 ‘아직 치유 전이다. 지금 치유중이다. 이제 치유되었다.‘라는 도식을 꿰는 앙상한 줄기가 되지않을 수 있었다. - P299

내가 다시 쓰는 작가의 말」에서 「유진과 유진』을 쓴 진짜 이유를 말할 수 있게 된 건 딸아이 덕분이야. 그 아이는 이제 언제어디서든 할 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당당하고 멋진 여성으로 성장했단다. 우리는 가끔 아빠가 끝까지 범인을 잡아내고,
엄마가 욕설을 퍼부으며 파리채를 휘두르고, 끝내는 그놈을 감옥에 보낸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곤 해. - P304

딸아이가 말하더구나. 엄마가 자기 잘못이 아님을 처음부터말해 주었고, 엄마 아빠가 더 사랑해 주었고, 아빠가 가해자를잡아 벌주었기 때문에 그 일이 자신에게 아무런 억울함이나 상처를 남기지 않았다고. 이제는 놀다가 넘어진 일만큼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고. 그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 주라고.
또 다른 유진과 유진아, 네가 겪은 그 일은 네 잘못이 아니야.
네게 무슨 일이 있었든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야. 어떤 상황에서도 그 사실을 잊지 말렴.
.
2020년 늦가을이금이 - P3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