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커서를 갖다 놓았다. 미루고 미루던 일이었다. - P127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자판을 두드렸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그 안에 있을 것 같았다. 성. 폭. 력. 벌써 몇 번이나쳤다가 지워 버린 단어였다. 엔터 키 위에서 손가락이 망설인다. 그 키만 누르면 내가 겪은 일들이 영화처럼 펼쳐질 것같다. 볼 자신이 없다 - P129

어린 시절 성 학대를 당한 경우, 대개 심리적 억압이나 해리를통해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청소년기에 기억이 되살아나고통을 당하거나 혹은 뒤에 성인기에 와서 이성과 친밀감을 느끼는 순간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 P131

"그때...………, 니네 엄마는 너한테 어떻게 했니?"
나는 그동안 목에 걸려 있던 말을 토해 냈다.
"그 사건 일어났을 때?" 아니다. - P139

감옥에 갔다 나와서 이민을 갔다고? 아이들한테 그런 짓을 했는데 어떻게 감옥에서 나올 수 있지? 그놈이 외국에서편안하게 살아가고 있을 걸 상상하니 억울해서 숨이 막히는것 같았다. 큰유진은 그놈을 용서한 걸까? - P141

"우리 큰아빠가 시인이시거든. 문학 모임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 누가, ‘야, 노을 곱다!‘ 했더니 다른 시인이, ‘아, 술맛떨어지니까 일 얘기 하지 맙시다.‘ 그러더래." - P147

엄마가 피해자 부모들과 함께 소송 준비하는 것을 안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무슨 자랑거리라고, 집안 망신시키는 줄도 모르고 나서느냐고 했단다. - P165

"회장님, 이 애가 전교 1등을 했다네요. 이제 제 몫은 할것 같으니 마음 푸셔요."
내가 1등 했을 때 할머니가 할아버지 사진에 대고 한 말이다. 내가 그런 일을 당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도그 일을 만회하기 위해 빚쟁이처럼 산 것이다. - P170

요즘 형진이는 내가 없을 때면 ‘야동‘을 보는 눈치다. 내동생이 야한 동영상을 본다고 생각하면 징그러웠지만 형진이 잘못만은 아니다. 나 역시 무심코 메일을 열었다가 달려들 듯이 펼쳐지는 음란물을 어쩔 수 없이 본 적이 있으니까.
한참 호기심이 많은 아이한테 쫓아다니면서 보여 주겠다는데 눈 감고 있지 않았다고 야단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P180

다시 그 일을 기억해 내는 일이란 이미 아문 딱지를뜯어내고 안의 상처를 보는 일과 같을 것이다. 다 나은 줄알고 있던 상처가 딱지 속에서 곪고 있을지도 모르고, 언젠가 전쟁 영화에서 본 것처럼 구더기가 득시글거릴 수도 있다. 그걸 들여다봐야 하는 작은유진이는 결코 뒷면이 비어있는 종이 인형 같은 존재가 아니다. - P184

언니는 내 어깨를 툭 쳐 주곤 일어나 연습실에서 나갔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나는 세운 무릎을 끌어안았다. 내가 나를 안아 주는 방법이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때 나는 그렇게 나를 안는다. 언니도 얼마나 사랑받고 싶었으면 스스로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냈을까.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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