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와 나는 열기에 달궈진 시월에서 아이스커피를석 잔이나 마셨다. 세 번째 잔은 공짜였다. 단골을 위한서비스라고 했다. 커다란 선풍기 두 대가 소음을 내며돌아갔다. 헬리콥터를 탄 기분이었다. - P112
시커멓게 타고 바싹 말랐던 할머니가 답했다. 얼마 후에 할머니가 쓰러져 입원하셨는데 이미 치료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할머니는 입원하고 3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 P114
니나에게 결별은 차라리 쉬운 일이었다. 문제는 미소나 눈동자, 목소리를 기억에서 말살시켜버리는 일이었다. 그건 자신의 일부를 도려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 P119
이상한 건 엄마야. 그렇게 말해버렸다. - P120
하나도 슬프지 않아. 너는 괜찮을 거니까. 괜찮아야하니까. - P121
상처에 딱지가 생기지 않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어. 희수야. 내가 너에게 딱지가 생기지 않는 상처를준적이 있니? - P122
짹짹짹. 새가 운다고 슬퍼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 P126
니나에게 답장이 왔다. 딱 한 줄이었다. 나는 새가 울 때 함께 울어본 적이 있어요. - P129
학생들,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내렸다. 버스는 점점머리 희끗한 사람들의 차지가 됐다. 그들은 늘 창 너머를 애틋하게 바라본다. 살면서 봤던 수없이 많은 풍경을일일이 헤아리는 사람들처럼. - P141
아버지, 아버지가 너무 무거워.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있는 힘을 다해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 P143
갔다가 돌아온다고 했잖아요. 나는 그런 사람들이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도 어쨌든 가잖아요. 힘들게 갔다가 힘겹게 돌아올 줄 알면서. 타인에게 가는 길도 그런 길 같아요. 힘들게 갔다가 힘겹게 돌아오는 거. - P146
내 삶이 내게 속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자유로워진다. - P154
주말에 눈이 온대요. 금요일마다 승호 씨에게 문자가 온다. 틀린 일기예보가 전부지만, 나는 그 한 줄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이어쓰는 상상을 한다. 그럴 수 있을까? 창문을 열고 냄새를맡는다. 차고 축축한 공기. 정말 눈이 올지도 모르겠다. - P156
동경이었을 것이다. 그는 내가 살아본 적 없는 삶이자여기에 없는 시간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하나의 세계처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혜린을 통해 알았다. 페른베. 먼 곳에 가닿고 싶어 하는 마음. - P158
소설은 어딘가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생이라고 믿게됐다. 아직 만나지 못한 혹은 놓치고 돌아선 나와 당신이라고.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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