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쏟고 말았습니다. 노트북 자판 위에요. 엄마와 성지순례를 갔던 바티칸에서 구매한 모카 포트로 막 내린, 아주 뜨거운 에스프레소였지요. 그 핑크색 맥북을 당신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 P199
언젠가 당신은 나의 학창시절이 어땠는지 물었지요. 나는 수업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그렇다고 졸지도 않는 학생이었어요. 다만 편지를 썼습니다. 옆자리 친구에게,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 P201
죄를 고백하십시오. 형지는 침묵을 지켰다. 삼 분여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 P203
그제야 형지는 마치 결계가 쳐진 것처럼 사람들이 여자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서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리고 여자에게서익숙한 냄새가 난다는 것도. - P205
둘째 주 수요일은 찜질방에서 자는 날이에요. 한 달에 한 번은 목욕하거든요. - P207
왜 여기로 오게 되는 걸까요. 형지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에 예나가 대답했다. 나는 늘 여기 있었어요. - P205
아직도 붕어빵을 파는군요. 바람이 차니까 괜찮을 거예요. 당분간은. - P209
버리다니, 잠깐 안아본 건데. 도로 놓아주는 거야. 고양이라고 믿으면 고양이지. - P211
그리고 나는 그 의심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마이라, 가난은 벗어날 수 없습니다. 믿음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룰 수 없는 것을 믿기 때문일지도요. - P223
오늘은 죄의 이름을 말할 수 있을까요? 한 번도 제대로 믿은 적이 없다는 것. 그것이 나의 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P230
형지는 엔터키를 여러 번 눌렀다. 줄 바꿈이 되지 않았다. 광장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구호로 소란스러워지기 전에다음 문장을 적어야 했다. 아직은 쓸 수 있으니까. 믿음도, 사랑이라는 말도. - P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