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나의 이야기가 내가 어린 시절에 들었던 전쟁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았을까. 그랬을지도 몰랐다. 이
‘들에겐 믿기지 않을 정서였지만 나에게 희생은 별다른 의
‘심을 품어본 적 없이 자연스러운, 그저 흔하디흔한 기본이었다. 생존보다 더 숭고한 가치가 있다고들 믿었다. - P19

우리를 지켜온 것이 사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줄곧 사랑을 찾아 헤매는것과도 같은 피로 속에 살았다. 피로가 사랑보다 조금 더짙은 얼굴을 한 채 표면을 차지한 때도 많았다. 우리는 우리의 피로를 우리의 사랑만큼 사랑했다. - P21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여겨지는 많은 것들을 욕망하지 않기로 했다. 윤미와 나는 그것들을 함께 포기했다. 포기한 욕망들이 포기한 이후에도 계속 우리 앞에 나타났지만 요일에 맞춰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듯 우리는 버린 것들을 또 버리기 위해 함께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서로를 돌봤다. 그게 더 사랑 같다던, 열일곱의 윤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윤미는 기억도 못 하던 말.
나는 멀찌감치에서 밝게 빛나는 파초 숲의 야광 버섯들을바라보았다. 한 발씩 다가갈 때마다 더 먼 곳의 버섯이 나타났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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