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에 쌓아올리는 게 아니라 삶 아래로 뿌리를 내리듯 내려가는 글, 제자리를 돌면서 천천히 파고들어가는글, 그리하여 내 안으로 점점 더 깊이 향하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작가의 말‘에서

몰라, 그냥 사주고 싶어. 엄마한테 잘한다며 - P12

그때 나는 내가 면제받은 처벌의 수위가 궁금한 나머지 만약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는데, 엄마는 생각에 잠긴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내 한결 가벼워진말투로 그땐 마음이 지옥이 될 거라고 했다. 지옥이 되는 걸홀로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 P18

그때였던 것 같다. 어쩌면 영묵씨도 나와 같은 걸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기쁨에 사로잡혔던 순간. 어째서 영묵씨와 눈이 마주치면 마음속에서 새떼가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는 것처럼 고통스러운지, 어째서 영묵씨가 뭔가를 물으면 배가 조여오는 듯이 긴장되는지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 순간. - P27

[자책도 후회도 안 했으면 좋겠다. 행여나 니가 그런 걸 해서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어.] - P29

그 순간 나는 영묵씨가 잘해줄 때마다 속절없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고, 그래서 내 마음은 한 번씩 지옥이 된다고, 그때 나는 영묵씨를 앞에 두고 나 자신에게 백 번이 아니라 천 번을 물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간의 사정을 알리가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엄마에게 차마 얘기할 수는 없었다. - P33

그럴 린 없겠지만 만에 하나 내가 잘못되면 다시 만나도 돼.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그게 낫겠어.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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