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도 예전과 달라졌다. 번잡한 일정이 빼곡했던 예전엔종종 선약이 있다며 양해를 구하고 모임을 빠져나왔다. - P87
지금은 거꾸로다. 워낙 혼자 지내는 시간을 즐기다 보니점점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고 연락이 뜸해진다. 계속 이렇게살다 가는 고립된 외톨이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슬며시 찾아온다. 관계 속에 있을 땐 혼자 있고 싶어지고, 혼자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연결되고 싶어 하는 이 마음은 그저변덕일까. - P87
"나는 이 세계에 소속되어 있어요. 필요한 만큼. 그리고 분리돼있어요.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 P88
한때는 그런 영혼의 벗이나 단짝 친구가 없다는 데 결핍감을 느낀 적도 있지만, 나의 우정은 한 사람만을 향해 직진하지 않는 것을 어쩌랴. 나는 가족이나 배우자와 달리 친•구는 배타성이 없는 자유로운 관계인 것이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P92
나는 그렇게 여러 빛을 지닌 다양한 우정의 연결망으로 나를 둘러싸고 싶다. - P93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내 오래된 친구들도 나처ㅓ대체로 무심하고 데면데면해서 서운할 때도 많다. 하지만이 친구들은 내 삶의 오래된 목격자들이다.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지 않아도 어떻게 살든 우리가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내 의견과 감정을 억누르고 만나야 하는 게 아니라면, 되돌아올반응을 기대하지 않고 손을 먼저 내미는 게 우정을 유지하는열쇠라고 되새기면서 삐친 마음을 달래곤 한다. - P94
고립되어 살다가 그 상태로 죽는 ‘고립사가 우리가 두려워하는 고독사의 실제 내용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 나름대로 연결된 관계 속에서 잘 살아왔다면 임종을 지키는 사람 없이 혼자 죽는 고독사를 맞이한들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일까.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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