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습관이랄지, 강박이랄지. 원고들이 있다. - P5
연못의 얼어붙은 심장 위, 얼음의 억센 손에 붙들린 갈대 위를 걸었다.
마치 피가 땅에서 흘러나오고 그 땅이 사라져 가듯이, 몸이 가벼워지고 조금씩 비워진다. 기이하고 완전한 부드러움. 흡사하다. 당신이 나를 끌어당겨 꽉 안았을 때, 나를 숨멎게 하고 풀어주었던 그 부드러움과 참으로 흡사하다. - P11
가벼움. 상승. 많은 피가 흐른다. - P13
당신을 따라갔다. 나는 당신을 따르기 위해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애초에 가진 것이 없었으므로, 단 한 번도소유한 적이 없었으므로, 당신처럼,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 P17
더는 당신에게 속한 것도 내게 속한 것도 없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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