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마다 반복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갈등이 있든 항상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메뉴는 찌개와 반찬이 있는 한식 백반. 가족 구성원이 모두 식탁에 자리하면 어머니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식탁 가운데 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 P5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휴일이면 아버지는 다 읽은 신문지를 넓게 폈다. 그 위에 뿌리가 두껍고 긴 남해 시금치를 쌓고 흙을 털었다. 이어 과도로 시금치의 잔뿌리를 제거했다. 어린 나는 그 옆에 앉아 아무 말 않고 칼을 쥔 아버지의 손놀림을 구경했다. - 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