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잠시 말을 끊으며 내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베란다 말이다." - P93
내가 강명환이라는 사내를 만난 것은, 그렇게 삼월이 가고, 황사 바람에 뒤섞여 우박 같은 진눈깨비가 어지럽게 나부끼곤 하던 사월의 일이었다. - P97
"가구를 아직 안 들여놓으셨나요?" 어색한 침묵을 추슬러보려고 부인이 묻자 사내는 딱딱한얼굴로 대꾸했다. - P105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건 저 야경뿐이라는 거요...... - P117
깨어진 술병 조각 같은 햇살이 아파트 광장 가득 번득이며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키 작은 정원화들이 옹기종기 늘어서있는 화단 앞에서, 그러잖아도 주름투성이인 얼굴을 잔뜩 찡그린 늙은 관리인이 청록색 고무호스로 광장 중앙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었다. 굵은 물줄기에 투명한 햇살이 부딪쳐 흩어졌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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