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요? 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천천히 해요. 호미에 손 다치지 말고. - P271
쟤 암컷이다. 어떻게 아는데. 배딱지 보면 안대. 암컷이래. ・・・・・・그럼 킹크랩 아니고 퀸크랩이네. - P292
아니, 이름을 붙여 주고 생김새가 순하다고 생각한것을 먹는다는 게 좀 그렇지. - P293
성준이 제육볶음을 한 젓가락 가득 집어 입에 집어넣었다. 그러다 그만 새빨간 양념이 한 줄기 주르르흘러 성준의 턱으로 뚝뚝 떨어졌고 급하게 휴지를 뜯어 건네주다 왠지 생각이 나고 말았다 오늘 보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생선의 눈과 게의 눈에 대해서. 내가 굽던 냉동 만두에서 흘러나오던 육즙에해서. - P296
안먹네. 하긴, 나 같아도 안 먹는다. 먹고 싶겠냐. 그치. 내일이면 죽을건데. - P299
성준이 홀랑 벗은 채로 수건을 목에 둘렀다. 꼭 끼는 바이크재킷 탓에 성준의 온몸에 벌겋게 눌린 자국이 나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성준은 오늘 밤에만 수십 군데에 음식을 배달했을 것이다. 찬바람을 뚫고 달리면서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하기도 했을 것이고 내게 말은 않지만 가끔은 신호를 무시하기도 했을 것이다. - P384
이런 맛이었네. 나는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응, 그런 맛이었네. - P313
각자에게 주어진 고통은 어느 하나 예쁘지도 유쾌하지도 않지만 그것은 우리 각자의 것으로 고유하며, 그렇기에 그것을 통과하는 인간의 모습은 의외로 귀엽거나 매력적일 수 있다. 우리가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때, 이유리의 소설 속에서 그런 일이 가능해진다. 이유리가 매일 이별하며, 라고 선창하면 살고 있구나하고 따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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