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일하며 가장 재미를 느꼈던 건 글이 말로 변하는 순간을 눈앞에서 만나는일이었다. 내가 쓴 오프닝 멘트, 내가 쓴 원고가 DJ라는 사람의 성별, 음성의 높낮이, 발음, 낭독의 속도, 라디오가 방송되는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다른 느낌의 말이 된다는 뻔한 사실이 늘 새롭게 경이로웠다. - P151
그러고 보면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주기를, 내말을 들어주기를,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존재로,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하는 존재로 우리는 태어나는 게 아닐까. 라디오는 여전히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듣고 답하는 유일한 공적 매체이며 말과 음악과 대화와 위로가 있는 존재다. 인간의 바람에 딱 맞는 매체인 셈이다. 이것이 TV가 나오면 사라질 것이라던 라디오를 아직도 세계 각지의 사람이 좋아하고 듣는 이유이지 않을까? - P155
대부분의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몇몇은나를 좋아하거나 호의적이다. 또 몇몇은 나를 싫어하거나 크게 반감을 드러낸다. 살다 보면 만나는 이무관심과 반감은 어쩔 수 없고, 호의는 참 고맙다. - P161
세계 최초의 라디오 방송은 1906년 12월 24일 과학자 레지널드 페센든이 미국 북동쪽 근해를 항해하던 배들에 띄운 음악 한 곡과 낭독한 성서 한 구절, 그리고 외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였다고합니다. * 항해 중 스피커로 모스부호만 듣던 뱃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 하죠. 하지만 이내 큰 위로를얻었다고 해요. 배 위에서 오래 혼자였던 사람이 많았으니까요.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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