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분노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 P130

투병 후에는 세상의 감사 강요가 더 집요해졌다. - P131

아이러니하게도 충분히 분노해야 분노에서 벗어난다. 마지막 가루까지 불태우고 소진해야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다. 잿더미가 돼야 가벼워지고, 다시 어디론가 날아갈 수 있다. - P132

일을 통해 사람을 알아가면 좋겠다. 사람을 얻는 능력은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극악의난이도를 자랑한다. - P139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큰 성장과 도약의 순간은 내가 촘촘하게 계획한 플랜 A에 있지 않고 계획이 틀어져서 경로를 수정한 플랜 B에 있기 때문이다. - P143

플랜 B는 단순한 정신승리가 아니다. 커리어와 삶을 빚어가는 태도이자 나침판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랜 ‘Be‘다 - P151

나는 매우 느린 사람이었고 내 암은 남들의 것보다 훨씬 지독했다. 평가와 비교는 병의 세계에서도 엄연히존재했다. - P156

어떠한 성취로도 만족하지 못했던 내가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5분이라도 집 밖을 나섰다는 이유로스스로를 칭찬해주기 시작했다. 내면의 꾸준함이 강해질수록 ‘남‘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져갔다. - P159

성장은 정답을 잘 맞히게 되는 것이라기보다 어제보다 조금 덜 틀리게 되는 것이다. 오답보다 더 최악인 것은 오답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뿐히 정답을 버렸다. - P164

안타깝게도 죽음은 내가 일을 하는 동안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은 계속해서 간다. 일을 하는 시간도 삶이고퇴근한 이후의 시간도 삶이다. 똑같은 삶이다. 일을 삶의 중요한 한 축으로 존중하고, 일을 하는 시간만큼은 그 시간을후회 없이 보낸다. 삶을 완성하는 축들은 무 자르듯 뚝뚝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일, 취미, 가족, 친구들, 커뮤니티 등 삶의 다양한 축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 P168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바뀐다. 결과를 듣기 전까지 나는 삶과 죽음의 ‘중첩 상태‘에 있다. - P171

그렇기 때문에 검진을 앞둔 전날, 내가 숨 쉬는 공기는 조금더 매서워지지만 나라는 사람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 P172

그러나 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었다. 생존율 50퍼센트를 위해 3기 치료를 받던 시절보다 생존율 15퍼센트를 향해발버둥치며 4기 치료를 받던 시절이 더 즐거웠다는 것이다. - P181

난소의 죽음은 품위 있는 죽음이어야 했다. 내가 여자로서 안고 살았던 기대, 불안, 가능성, 그리고 그 역사가 나무테처럼 난소에 있기 때문이다. - P199

하지만 신기하게도 인터넷이 확실하게 약속했던 불행은 몰려오지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아직 오지 않고있다. - P201

네트워킹이라니, 무슨 미친 소리인가. 친하게 지내자고얘기하고 싶었는데 속세의 단어가 튀어나와버렸다. - P204

한편으로는 예순 살짜리영감이 몸에 들어 있는 것 같았고, 어떤 한편으로는 문학을좋아하는 소년 같아 보였다. 속눈썹은 나보다 길었고, 눈빛은 사슴처럼 깊고 그윽했고, 웃음은 너무 귀여웠고, 나는 갑자기 사랑에 빠졌고…………… - P214

험담을 하고 나니 좀 시원하다. 그의 모든 단점들을 오래오래 파헤치고 싶다. 언젠가 괴팍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서로에게 구시렁대고 싶다.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함께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남편에대한 험담을 멈출 생각이 없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남편에게 다가간다. - P218

삶의 무게가 복리로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나이 드는 과정이다. - P222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기 전에, 나이에 관한 글을 마친다.
와, 정말 마흔이 될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책이 출간된 2024년 12월에 진짜로 마흔이 되었습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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