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사소한 부분에서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고 선명하게 커져가는 것이지. 마흔둘 마흔여섯에 우리는 처음 만나서 정말 재미있게 연애를 하기시작했다. - P89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DJ가 바뀌지 않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결같은 애청자로 사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DJ는 DJ대로 기분에 따라 말을 적게 하는 대신 음악을 많이 내보내는 날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멘트에 한숨을 섞는 날도 있을 것이다. - P91
라디오 방송에서는 3초 이상 아무런 소리도송출되지 않으면 ‘방송사고‘라고 정의한다. - P95
"후아~ (방송)사고 나는 줄 알았네." 작가들은고요를 참지 못한다. 엄밀히 말하면 2초 이상의 고요를.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니 말이 쉼없이 이어진다. 때로 숨은 쉬어가면서들 말하는 거냐고 주변에 있는 분들이 물을 정도로. - P97
언젠가부터 나는 라디오 작가로 일하지 않을 때는(작가 비시즌)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사춘기 시절부터 줄곧 뭘 듣고 있는 사람 몸뚱이에 붙어서 쉬지 못한 나의 두 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혼자일 땐 침묵이 편하기도 해서. - P109
나 잘렸다? 20년 넘게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온갖 풍파 다 겪었지만 처음 잘려봄. - P113
찢어진 가방, 비 쏟아지는 길 위에 떨어진 복숭아, 복숭아를 앞섶에 안아 드느라 젖어버린 옷. 빗속에엉망이 된 그 모든 상황이 나 같았다. - P117
. "하고많은 일 중에 밤잠도 못 자고 대우도 못 받고 출퇴근도 따로 없는 프리랜서는 왜 한다고 나서서는..."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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