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불운을 확인할 때마다 내가 가진 커다란 행운들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이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 나의 행운들을 생각하면 작은 불운에는 초연해질 수 있다. 예를들면 내가 다닌 여자고등학교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학교를 좋아하는 고등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다. - P165

학교에는 또 아주 오래된 작은 성당이 있었는데, 언제 늘어가도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 종교와는 상관없이, 그냥혼자 있고 싶은 아이들은 가서 멍하니 앉아 있기도 했다. - P169

청소년기 특유의 샘솟는 열망은 누군가의 ‘팬‘이 되는데 쏟아부었다. 미국 가수를 좋아할 때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한국 가수를 좋아할 때는 수없이 많은 가사를썼다. 고등학교 때는 인기 있는 언니들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풍물패에 들어갔다. - P175

대기실에 박나은 배우가 등장하는 순간 내가 여태 했던다짐이나 기대는 다 잊었다. ‘와,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은 분위기가, 환한 빛이 느껴졌다. 저절로 존댓말이 나왔고, 차마 치근댈 수 없었고, 쑥스러워서 얼굴을마주 보기도 어려웠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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