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만 해도 나는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들과 곧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 P37

결국 나는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연못에 버렸다. - P39

어쩐지 슬픈 기분이 들었지만, 슬픈 티를 내는 대신 소리 없이웃었다. 나는 모든 걸 감내할 수 있는 아이라는 듯이. - P41

미정이가 귓속말로 내게 말했다. 키스, 나는 너무 놀라 숨을들이켜며 말했다. - P45

-지금 달아올랐어.
-모든 걸 다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
-세기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야. - P49

"어쩌자고 다 망가져버렸어. 너도 우리가 그렇게 보이지?" - P53

나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인생이 잘못된 건지 찬찬히 돌아보았다. 이름 모를 언니의 침이 묻은 숟가락과 더블비얀코를 신성한 연못에 던진 게 잘못이었을까. 미정이 아빠의 죽음을 목격한 게 잘못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은 없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뺏겼고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했을 뿐인데.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답답한 심경으로 아몬드를 들고 학교뒷산에 갔다. 루를 보기 위해서. - P55

"그냥."
"오늘 뭐 데이트 있는 거 아니야?"
"희조야. 씨발, 네 주제를 알아." - P58

•매타작이 끝나고, 우리는 애들의 눈치를 봤다. 스스로 부조장자리를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우리가 옆에앉는 걸 몹시 싫어하는 눈치였다. 영성이와 진아가 먼저 걸음을 뗐다. 애들이 자리에 앉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이다 선생님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런 식으로 웃는것은 예의가? 그러자 아이들이 대답했다. 아이다! - P59

"각자 집에 가서 알아서 죽자. 그럼 영영 학교에 가지 않아도 돼. 오늘 일은 비밀이야. 내일 우리 셋은 결코 학교에 가지않는 거야." - P64

"잠 안 잘 거야? 우리는 제일 중요한 걸 하지 않았어."
"그게 뭔데?"
"배웅." - P68

이따금 속이 뒤집힐 때면 내가 만들었던 또하나의 작은봉분을 떠올린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지독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을 미정이에게 묻는다. 이게 바로 네가 내린 은총이냐고. - P73

중학교 2학년의 무더운 여름, 미정이 돌아왔다. 미정은 나와 초등학교를 함께 다니던 친구였는데, 언젠가 훌쩍 이사를가버리곤 연락 한번 해오지 않았다. 나는 인사를 하기 위해 교탁에 선 미정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다. - P77

"내가 말한 세 번의 은총을 기억해?" - P80

"그럼 맞짱 떠." - P85

일단, 엄마가 말하는 ‘우리‘가 도대체 어떤 우리를 뜻하는지알 수 없었다. 나에게 ‘우리‘인 이들은 그들, 그러니까 인위적인 울타리에 둘러싸인 채 갓 허물을 벗어던지고 날뛰는 동급생들이었다.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들을 그렇게나무시했으면서도 어떻게든 그들과 ‘우리‘가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아빠가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내게말했다. - P91

"웃기지도 않아. 은총이니 뭐니, 그건 다 거짓말이었어. 널겁주려고 그랬던 거야." - P105

"그러니까, 내가 너희들을 부른 건."
미정의 엄마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너네는 결코 걸레가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야."
어쩐지 위엄이 서린 목소리였다. 나는 처음으로 미정 엄마에게서 어떤 어른다운 힘을 느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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