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의 꿈을 꾸지 않는다. 허나 꿈을 꿀 때면, 땀에 흠뻑 젖고는 놀라서 깬다. 이럴 때는 곧장 다시금 잠을 청하지 않고 마음이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밤의 무방비한 마력에 대해 곰곰이생각해보곤 한다.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길몽도 흉몽도 꾸지 않았으나, 나이가 들어서는 지난 퇴적층으로부터 굳게 다져진 공포가계속해서 나를 휘감았다. 그 꿈은 내가 겪어봤을 법한 것보다 훨씬비극적인, 더 잘 짜여진 구성을 하고 있기에 더욱 공포스럽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그 꿈속의 일이 실제로 나에게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P7

에메렌츠를 죽인 것은 나였다. 그녀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구원하고자 했다는 말도, 여기서는 그 사실 관계를바꿀 수 없다. - P10

손님들이 방문할 거라고 알리거나, 예기치 않게 누군가가 방문할때면 그녀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왔다. 그럴 때 나는 주로그녀의 호의를 정중히 사양했다. 바로 나의 집에서, 내가 이름도 없이 지낸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메렌츠에게는 내 남편에 대한 호칭만 있었을 뿐, 그녀에게 나는 여성작가도, 부인도 아니었다. 그녀의 삶에 마침내 내가 자리매김하기 전까지, 그녀의 관계망 속에서 내가 누구이며, 나에게 적합한 호칭은 어떤 것인지 그녀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그 기간 동안, 나에대해서는 그 어떤 호칭도 없었다. 물론 어떤 류의 성격을 가진 사람인가에 대한 파악 없이는 그 어떤 정의도 내릴 수 없기에, 이 경우에도 그녀가 옳았다. - P19

이때를 시작으로 우리는 그녀가 정신적으로 조금은 이상하고, 독특한 사고를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앞으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이 해프닝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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