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의사의 말대로 되었다. 엄마는 복수가 차오르고 두통과 구토 증세를 겪기 시작했다. 섬망을 보는지허공을 향해 손짓을 하며 중얼거렸다. 휘파람을 불 때도있었다. 어쩌면 한숨을 쉬는 것인지도 몰랐다. 한숨은 때로 휘파람 소리처럼 들리니까. 좋은 꿈을 꾸는 중이라고말해준 사람은 영주 이모였다.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말 같아서 조금 안심이 됐다. - P169
기숙사 생활은 삐걱거리는 옷장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곰팡내가 심해서 한참 환기를 한 후 엄마의 방식대로 서랍장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양말과 속옷을 작은 크기로 접어서 넣어뒀다. 한방에 배정받은 동기는 밤이 되자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기숙사의 허술한 냉방과쿰쿰한 냄새를 불평했다. - P173
"세 사람의 이름이 다 그런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언젠가 내가 묻자 엄마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말하는내 이름은 경주였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가장 좋아하는지역의 이름을 따서 내 이름을 지었다. - P175
다시 만난 이후 이모가 이렇게 오래 입을 다문 건 처음이었다. 만약 뜨개질이 아니었다면 이모는 무슨 핑계로소란한 마음을 감추었을까.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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