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언제든 돌아오너라!"
나는 차마 외조부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외조부는 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 P59

외조부가 없는 고향은 낯선 언어로 듣는 익숙한 노래처럼어색하고 괴기스러웠다. 외조부가 지키지 않는 고향은 더는 본향이라 할 수 없었다. 순간 깨달았다. 인간의 귀소본능이란 태어난 장소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에게 돌아가고싶어하는 그리움이라는 것을. - P60

"담아, 커져라! 내년에 관광 좀 가보자!"
그러면 여인이 응답한다.
"어여! 기운받았다."
일요일 아침 나는 내게로 걸어오는 씩씩한 발걸음소리를기다린다. - P65

아침 6시, 예배가 시작되었다. 우리 학교는 미션 스쿨이라예배가 있었다. 일찍 일어나 노루를 잡겠노라 장담했던 꼬맹이들은 역시나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눈을 뜨지 못했다. 간신히세수만 시켜 예배실로 데려갔다. 아침 예배는 남자기숙사의 사감이자 목사인 윤이 인도했다. - P70

물에서 담뱃재 맛이 났다. 여인이 물컵을 재떨이용으로 썼던 것이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있는데 여인이 그 광경을보고 깔깔깔 웃었다. 목부터 정수리까지 열 오르는 느낌이 생생했다. 아저씨는 물을 꿀꺽 삼키고 조용히 일어나 다방 문을열고 나왔다. - P73

그와 나는 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며 속없이 낄낄거렸다. 나는 아저씨가 자책에 빠져 누군가를 저주하며 인생을 낭비하지않길 바랐다. 진정한 복수는 앙갚음도 용서도 아니다. - P76

"노루가 대체 몇 마리야!"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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