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들은 이 항로를 ‘기다림의 궤도‘라고 불러. 태양을 중심으로 나선을 그리며 돌다가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지. - P11
"우린 지금 초속 29만 3000킬로미터로 날고 있수다. 아파트 조각내는 태풍이 기껏해야 초속 수십미터라고." - P15
대합실은 비어 있었어. 안은 먼지로 흙색이었고 내려앉은 바닥에는 물이 차 있었어. 썩은 웅덩이에는 물풀이 자라고 있었고 벌레들이 알을 까서 자욱했어. 면세점이 어디 있냐며 뒤에서 소리치던 아주머니가 입을 다물었어. - P38
20세기에 살았던 무슨 과학자가 그랬는데. 외계인은 분명히 있지만 만날 수 없다고.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별과 별 사이를 막고 있기 때문에. 지구가 45억 년간 우주에 있었다 해도 인류는 겨우 200만 년 전에 태어났고, 식탁에서 지적인 대화를 나누게 된 건 고작 2만 년 정도였다고. 외계인이 우리와 만나 차라도 나누려면 그처럼 먼 거리를 달려와 그처럼 짧은 시간 사이에 멈춰야 한다고. - P70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당신이 이미 이 세상에 없다 해도. 오래전에 어느 별에 정착해 좋은 사람 만나 아들딸 열쯤 낳고, 가족들의 축복 속에 한 생을 마감했다 해도. 혹은 어느 빛의 궤도에 올라, 지구가 회복되기를기다리며 아득한 여행을 하고 있다 해도. 어쩌면아득한 성계 너머에서 이제 막 배에서 내리며, 어린 날의 가벼운 추억거리처럼 나를 회상하고 있다고 해도, ‘아, 그런 사람이 있었죠. 오래전에 다른 시간대에서 죽었겠지만.‘ - P78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우주를 사랑하는 것이며한 사람을 위한 일은 우주를 위한 일이고한 사람을 위한 선물은 우주를 위한 선물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이 책이 당신께도 좋은 선물이 되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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