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측 가능한 것을 좋아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노력만큼 얻어 가는 일을 했다면 (그 일이 무엇일진 몰라도) 그 일을 무척 성실하게 수행했을 것이다. 애초에 군 생활로 소방서에 가서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지 않았더라면 어차피 인생 한 번 사는 거라며 불안정한 길인 영화를해보겠다고 무모하게 덤비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느덧 인생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 나는 소설가가 되었고, 역시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나폴리에 와 있다.
이탈리아를 설명하는 세 개의 동사는 ‘아마레(사랑하다)‘, ‘칸타레(노래하다)‘, ‘만자례(미다)‘라고 한다. 여러 해 동안 앉아서 글만 쓰다가 작년 인생최대 몸무게를 찍은 나는 탄수화물을 끊음으로써 감량해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 생활을 하게 된 이상 ‘만자레‘할 수밖에! 아침엔 에스프레소와 보르네토, 점심엔 파스타, 저녁엔 피자를 먹는 매우 이탈리아다운 입상이 이어졌다.
나폴리에는 ‘카페 소스페소‘ 문화가 있다. 소스페소(sospeso)란 ‘매달린‘, ‘걸려 있는‘, ‘미루어진‘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다. 즉 카페 소스페소란 ‘맡겨둔 커피‘라는 뜻으로,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가난해서 마시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해 나누는 행위다. 혼자 와서 두 잔을 시킨다거나, 두사람이 와서 석 잔을 시킨다거나 하는 식으로, 누군가를 위해 ‘달아놓는‘ 것이다.
만물은 변화하고, 형체 없는 사람의 마음은 더욱 그러하다. 폐기 리의 노래 <I don‘t want to play in your yard>가 떠올랐다. 가사 중 I don‘t like you anymore"라는 대목은 세상의 모든 슬픔을 축약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폴리에 대한 흥분은 벌써 잦아든 것일까. 마냥 행복하던 나의마음은 왜 변한 것인가?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것일 수도 있었다. 다른 것은 모두 좋았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소음, 매연, 추위, 와이파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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