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지난 지 이틀인가 사흘 뒤 나는 경찰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권준연의 친구가 맞냐고. - P413

그래서 더 상품이고 여지없는 제품인 거죠. 아니라면, 작품이라면 왜 예술가들과 협업을 하겠어요? 이미 작품인데요? 배우들은 시장에서 산 옷을 뒤집어 입어도 배우예요. 사진가들은 싸구려 똑딱이 카메라로도 기가 막힌 걸 찍어내요. 예술가들은 명•품이 별로 필요하지 않지만 명품들은 늘 예술가들이 필요하다못해 매 시즌마다 갈아치우기까지 하죠. 작품인 척해야 하니까•요. 너무나 제품이고 상품이라서 항상 새거여야 하고 남다른 척해야 하니까요. - P420

같은 얘기잖아. 결국 그것 때문에 우리 결혼이 영향을 받는거잖아! - P450

지난번 해줬던 말, 여러 번 생각했어. 서로에게 최악이 되지않고 다만 최악을 지워 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게 사랑하는사람이 사랑하는 사람한테 해 줄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 사랑은 기꺼이 두 번째가 되어 주는 거니까. 더는 어떤 이유가 남아있지 않을 때 마지막 이유가 되어 주는 게 사랑이지. 해원이 이미 내게 그런 사람이고 나도 해원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 P455

두 사람의 영상을 보고 나면 나는 노트북 컴퓨터를 열어젖히고 새벽 2시고, 3시고 뭔가를 써 내려갔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화기획서, 그걸 쓰는 동안에는 즐거웠으니까. 증류소를 삼키는 화염, 승리의 트럼펫 소리처럼 울려 퍼질 시커먼 연기를 떠올리면 내 괴로움들이, 불안함과 두려움, 수치스러움과 열패감이 모두 증발하고 산화하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무거운 머리로 눈을 뜨면 망상이라는 생각과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냐는 자괴감에 시달렸지만. 한동안은 계정까지 지워 일부러 영상을 안 보려기도 했다. 하지만 영상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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