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의 봉제공 엠마 리스가 체르노비츠의 예심판사 앞에섰을 때 그녀는 추궁받았다. 왜 혁명을 선동하는 삐라를 뿌렸냐고. 그 이유를 대라고 그녀는 일어서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판사가 제지하자 그녀는 더욱 매섭게 외쳤다. 기립하시오! 기립하시오 당신도! 이것이 인터내셔널이오!‘ - P135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보일러를 아껴 트는 겨울.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닦는 서로의 등을 보면 봄날의 교무실이 떠올랐다. 어떤 예언은 엉뚱한 형태로 전해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실현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 P143
먼저 추천 도서를 선정해야 했다. - P154
겨울방학의 절반이 지났을 무렵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밀의 『자유론』으로 시작해서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로 끝나는 열한 권의 목록을 작성했다. - P155
지적 호기심은커녕 생에 호기심을 잃은 듯한 학생들을 깨우다 지친 날, 사실 주체성이란 드문 자질이 아닌지,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영위하려는 꿈과 끼가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다는 믿음은 미신이 아닌지 의심했다. - P158
"이제 애들 다 공산당 선언』 읽히고, 머리에 빨간 띠도 매줘야 되는 거 아냐? 하하하." - P173
지옥이란 입시에 목매는 경우에만 지옥이므로, 다수는 여전히잠을 자거나 게임을 했고, 아예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들도 많았다. 곽은 모두 각자의 스무 살을 향해 나름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여기며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그리고 겨울방학이다가올 무렵, 은재가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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