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 뽑기 기계 앞에 쭈그려 앉은 아이는 기대했던 걸 뽑지 못했다고 해서 울지 않는다. 뽑기란 원래 그런 성질을 지니고 있음을 아이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196

내가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만들어 낸 물거품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 시간을 증명해 줄 무엇 하나 증거로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모두 사라지고 없는그곳에 무언가 남겨져 있었다. - P199

자신을 움직인 원동력이 누군가를 향한 분노나 앙갚음이었다 하여도, 거기에 설명 같은 건 필요 없다. 매슬로가 말한 다섯 개의 욕구를 꿈꾸게 되는 순서가 맞을지는몰라도, 각 욕구 사이에 우열이 있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모든 간절함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 P201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이 산을 오르고 있는 게 아니라산이 나를 밀어 올려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부터는 산을 좋아하게 됐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올라잠시 쉬던 새들이 다시 날아오르기 직전 들려오는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흙을 밟고 지나갈 때 내 발밑에서 올라오던 냄새 같은 것들이 좋았다. 그날 내가 그 등산로를 택하지 않았다면 존재를 알지 못했을 어떤 꽃 하나를 발견할 때면, 내가 보든 보지 않든 그 자리에 그 꽃이있었을 거라는 사실이 나를 위로했다. - P2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