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는 주저앉았다. 기가 다 빨린것 같았다. - P324

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까지 모蜀재우리는 다시 짧게 입맞췄다. 출근길의 신혼부부처럼. - P330

파를 썰고 계란물을 젓가락으로 젓는 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국물이 끓어 라면 냄새가 났지만 식욕은 오히려 떨어졌다. 준연에게서 원하는 얘기를 듣지 못한 탓이었다. 데리고 가라고, 괜찮으니 먹고 같이 가라고. 준연을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 방이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판 모르는 남녀라도 같이 있고 불을 끄면 일이 날 수밖에 없을 만큼 좁디좁은 방이었다. - P336

믿음을 쌓는 데에는 오랫동안 많은 일이 필요하지만 깨지는건 단 한 번으로 충분하니까. 나는 작지만 확실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내밀하게, 은밀하게. - P339

하진의 도움을 받아 꽤나 시간을 쓰고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노안의 모범생, 근데 살짝살짝 보일듯 말 듯 멋을 부린 애처럼 보였고 하진은 연예인이 되고 싶은일진 언니 같았다. 우린 손을 잡고 촐랑촐랑 놀이공원 입구로뛰어갔다. - P352

그게 세상이지, 그런 게 세상이야. 하지만 하진은 나를 봤다.
나 사연 많은 여자야. 다 겪어 보고, 당해 보고 하는 말이지. 하진은 그저 웃으며 가만히 잔을 비웠다. - P361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있다면 돈을 벌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의지로 만들어 낼수 있는 것도 있어. 둘 다 평가의 기준은 하나. 잘 만들었느냐아니냐지만 그 전에 무엇을 위해 잘 만들었느냐, 그걸 봐야 해.
돈을 벌기 위해 잘 만들었는지, 다른 뭔가를 위해 잘 만들었는지. 어느게 낫다 못하다 하는 건 그 다음이야. 목적도 쓰임새도 다른걸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는 없고 그렇게 다르기 때문이 모두가 이기는 게임 같은 건 있을 수가 없어.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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