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텅 빈 방.
그리고 텅 빈 나의 사각의. - P109

공작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거기에 서 있었다. 매혹을 불러일으키는 모든것들이 그러하듯. 그것은 소름 끼치게 아름다운 동시에무섭고도 기이한 자태를 뽐내며 거기에 서 있었다. - P121

어떤 비의와도 같은. 삶의 신비를 드러내는. 어둡고도 환한 빛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오래전 풍경의 표면에는 일렁이는 빛의 자리만큼이나 어두운 시간의 흠집이 가득 새겨져 있다. 말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 말하려고 했지만 고통이 끼어들어서, 통증이 덧대어져서, 그렇게 조금도 말해질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언어는 무너져 내린다. - P125

공작이 있다. 공작은 오늘도 이곳에서 저곳으로 빛을 끌면서 걸어가고 있다. 하나의 영원처럼. 나는 그 공작 앞으로 다가가 구슬 하나를 굴려서 넣어준다. 어린시절 그토록 꺼내고 싶었지만 꺼내지 못했던 바로 그유리구슬을.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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