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길을 가르쳐주는데도 나쁜 길로 접어들게 되고 직접 겪고나서 후회하게 돼 있는 것, 또 그런 다음 다른 사람에게 그 길로가지 말라고 쓸데없는 안타까움을 갖게 되는 허무한 재귀가 인생인 모양이다 - P231

나는 이제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그를 막막히 쳐다보았다. 내삶에 다시 그를 만날 일이 있을까? 어제까지 함께 살던 사람이 단하루가 지난 뒤 다시는 만나지 않을 관계가 된다. 세상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모든 일은 흘러가는 것이고 흘러가면 그만이었다. 붙드는 순간 흘러가버리는 것에 집착하는 일은 모두 쓸쓸했다. - P235

오늘도 불면이 먼저 와서 내 침대맡을 지키고 있다. - P236

"말했잖아. 애인이 많다고."
"언니 진짜 한심하다."
"그래 맞아. 난 애인이 많아서 너무 한심해."
애리의 눈가가 꼿꼿해진다. - P261

"선생에게도 사생활이 있다는 게 뭐가 이상하겠어요?"
"사생활이 좀 문제가 있으니까 하는 말이죠." - P279

종태와 나의 관계에는 환상이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내 곁에있는 건지도 모른다. - P285

"나는 인생에 자신이 없어. 그래서 가볍게 살고 싶어하는 거야.
난 내 인생을 사소하고 잘게 나누어서 여러 군데에 걸쳐놓고, 그리고 작은 긴장만을 갖고 그 탄성으로 살아갈 거야. 전부를 바쳐서 커다란 것을 얻으려고 하기엔 나는 삶의 두려움을 너무 빨리알았어.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나를 지탱해주는 힘인지도 몰라." - P304

-So darling, save the last dance for me.
So darling, save the last dance for me. - P318

진희가 살아가면서 이런 ‘보이고 싶어하는 나‘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악역의 즐거움‘ 때문이다. 이때의 악역은 사람들이 보기싫어하거나 인정하기 싫어하는 일을 보거나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말(馬)을 불신하는 뛰어난 기사처럼 그녀는 선을 믿지 않는 도덕주의자이다. - P327

사랑에 대한 불신은 불신당한 사랑이 사랑에게 거꾸로 행하는복수이다. 그래서 사랑을 불신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많이 사랑하거나 전혀 사랑하지 않게 된다. - P334

그렇다 쳐도 나는 역시 너무했다. 타인을 찾아 황량한 겨울 들판을 헤매고 싶지 않다며 혼자서 취한 주인공을 깊은 밤 거리를질주하는 합승 택시 안에 남겨두고 이야기를 끝내버린 것 말이다.
그 당시의 나는 이 정도는 돼야 나의 타고난 감상적 성향과 나이브함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개정판에서도주인공은 그 지점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쩔 수 없다. 적어지긴 했지만 나에게 여전히 비관의 패기가 남아 있으므로. 그러기를 바라므로.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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