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이름도 당치 않은 방문학자 제안을 고맙게 받아들인 데에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당시 나는 등단 7년 차에 책을 일곱권내고 상복도 있는 운 좋은 소설가였다. 경솔하고 어리석은 내가 그 호의적인 세상을 그대로 믿어버릴까봐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마이너의 감각을 잃으면 문학과 멀어진다는 일견 고지식한 생각이 나를 그 행운의 자리에서 거리를 두도록 밀어냈던 것이다. - P243
특별한 날은 아니다. 그냥 기분이 내키고 컨디션이 따라주고 시간도 있고 장을 본 지 얼마 안 된 어떤 날이었다. 그 네가지가 겹치는 날은 흔치 않다. 하지만 단 하루의 예외적인 날에도, 아니 바로 그날에 내가 몰랐던 나의 정체성이 표현되는것일 수도 있다. 어느 5월 나의 정체성의 한 조각이 담긴 예외적인 식탁을 특별한 만남을 위한 브런치처럼 여기에 차려내본다. - P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