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건네지 못한 장미를 오늘 전합니다. 나의 장미를건넬 수 있어 기쁩니다.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산문화》 2023년 가을호) - P191

아닌 게 아니라 그곳에 가족을 보낸 사람들이나 그렇지 않았는데도 유별나게 좋은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쯤 좋은 음식을 싸 들고 그곳의사람들을 찾아간다. 마치 산사람 장례 지내듯 - P197

"퇴원하면 좋죠."
그녀가 구사하는 문장의 주어 자리엔 그녀가 없었다. - P201

* 시설병: 사회와 단절된 채 오랫동안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서나타나는 증상. 획일적 관계 속에 사회성을 상실하고, 단체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스스로 무언가를 꿈꾸고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가두었던 철창이 사라져도 바깥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기도 한다. - P204

나는 김진숙 씨의 서류를 다시 보았다. "퇴소 희망 여부: 본인 (0) / 가족 (X)"라고 적혀 있었다. 그

참다가 결국 쌌다고 했다. 전쟁이란 남들 앞에서 설사를 하고도 도망치지 못하는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죽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옆에 앉은 남편을 바라보았다. - P214

인간이 아니었다. 소도 도살장에 끌려갈 땐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소가 어떤 얼굴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구분할 줄 아는 건 오직인간의 얼굴뿐이었다. - P217

‘인간의 얼굴에서 짐승이 보이면 전쟁이나 학살이라고 부를 텐데, 짐승의 얼굴에서 인간이 보이면 그건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 P219

"저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늘 하는 말이 ‘우리도 같은 인간인데 왜 비정규직이라고 차별하느냐’인데요, 동물에 대해선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없습니다. 동물은 인간과 다르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고생각했습니다. 우리도 그들과 같은, 동물인데 말이죠." - P223

"2020년 1월 21일."
태어난 지 6개월 된 어린 돼지 2,000여 마리가 경기도화성 ○○축산에서 한꺼번에 사라진 날이었다. 나는 희미하게 슬펐다. 멀미가 날 것 같았다. - P224

차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P227

1903년 미국 육종인협회가 창설되었고 그곳에선 식물과 동물의 선택적 육종에서 성취한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이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이런 질문을 품게 했다. - P235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이것이다. 두 개의 문장인데, 그것을 이으면 이렇게 된다.
"운명은 결정되었다. 도망칠 방법은 없다." - P237

"나는 돼지를 가공 처리하는 것과 돼지라고 규정된 사람들에게 똑같은 일을 하는 것 사이의 윤리적 차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덕적인 고려가 동물에게까지 확장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은 바로나치가 유대인들에게 했던 말이다. (중략) 아우슈비츠가 기이하게도 익숙하게 보인다." - P240

어떤 앎은 나에게 들어와 차곡차곡 쌓이고 어떤 앎은 내가 쌓아온 세계를 한 방에 무너뜨린다. 전자는 나를 성장시키고 후자는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을 때 나는 연신 감탄하며 동시에 이렇게 읊조린다.
"온통 잘못 알고 살아왔군." 의향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 P243

우리의 환경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은우리가 수립한 제한적인 정의를 완고하게 거부하기 때문이다." - P254

하지만 나는 내가 기록한 글을 보며 자주 공허함을 느꼈다. 현실의 그들은 ‘짐승처럼’ 울었는데 글 속엔 ‘인간‘만 보일 때 그랬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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