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아 나 점장님인데,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매장으로 잠깐 올수 있겠니?"
현장에 도착하니 전화로 들은 것과 상황이 조금 달랐다. 사무실은실내에 있지만 실외기가 설치될 장소는 외부에 따로 분리되어 있어서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미 다른 사무실의 실외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쉽지 않은 작업이 될 터였다. 비가 와서 바닥이 미끄럽기도 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위험하다고, 내일 설치를 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다시 한번 고객님에게 상황을 설명했으나 의사가 완강했다.
"씨발년아, 신음소리 똑바로 내라고. 존나 김새네."
배달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그들을 멀찍이 등진 채, 우리는캡슐 커피를 한 번에 두 개 내려 먹어도 되는지 서로에게 물었다. 나는본사 직원들과의 거리를 확인한 후, 이 정도가 어떠냐고 호기롭지만 조심스레 말하며 캡슐 세 개를 내렸다. 우리는 조용히 키득거렸고, 그들은멀리서 서로 큰 소리로 웃으며 MBTI 얘기 같은 걸 했다. "캡슐 세 개는너무 쓰네요." 중얼거리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2014년 여름부터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본 뒤 12월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수령했다. 20대 중반부터 쉬지 않고 직업 활동을 해왔으나, 40대 후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시험을 치르기 전에 실습 기간이 있었는데 요양원 일주일, 방문요양과 주간보호센터 일주일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나는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들 학원비라도 보탤까 하는 생각이었다. 서울우편집중국에 취직했는데, 2011년 12월 31일 서울우편집중국이 없어지면서 동서울우편집중국으로 일터를 옮겼다. 13년 동안 주간근무, 야간근무, 격일근무 등웬만한 형태의 근무는 모두 경험해보았다. 지금은 오후 2시에 출근해11시간 정도 근무한다. 수만 건의 우편물을 수십 명이 처리해야 하는정신없이 바쁜 강행군이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부상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다닌다. 하지만 치료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월급보다 병원비가 더 나오겠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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