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삼스럽게 - 혹은 비로소 - 책의 수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건 다사람들의 머릿속에 얼마나 날카로운 흔적을 남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고 해서 수명이 연장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 각각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 그러니까 읽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신만의 회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 그 회로는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가? 남들이 도달하지 못한 곳을 먼저 도달하면 된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이야기,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 쓰인 적 없는 유머, 고려된 적 없는 표현, 구성된 적 없는플롯을 쓰면, 그 책은 뇌에 선명한 자신의 길을 남기게 되고, 오래도록 기억된다. 그 책을 기억하는 사람이 죽으면 또 다른 사람이 곧바로 그 자리를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귀마개 한 쌍을 손에 들고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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