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스승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렇게 끝나는 편지였다. "슬아, 생이란 아흔아홉 겹 꿈의 한 꿈이니부디 그 꿈에서 무심히 찬연하기를."
땡볕 내리쬐는 무대에 선다. 야외에 마련된 작은 강연 무대다. 근처 공사장에선 포클레인이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있다. 먼지와 소음 속에서 땀을 훔치며 내 얘기를 풀어놓는다. 겪은 건지 지어낸건지 헷갈리는 이야기를. 그러는 동안관객석 한구석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가 부채를 손에 꼭 쥐고 나를 바라본다. - P27
다음 이야기가 무엇인지 할머니도 나도 모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할머니의 백발과 나의 흑발이 동시에 살랑인다. 건물 부서지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무대에서서 수십 갈래로 뻗어나가는 내 인생을 본다. 그중 살아볼 수 있는 건 하나의 생뿐이다. - P29
이어지는 네 곡은 오직 그 사람만을 생각하며 불렀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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