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너는 쓰면 된다고 근 10년을 다독였는데 녀석은 결국 문학의 세계를 떠나 영화판으로 갔다. 서운하지는 않았다. 영화든 소설이든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는 위로가 될 그 이야기를 보여주면 되니까. 그런데 녀석은 아름답고 슬픈 제 이야기를 영화로 찍지 않는다.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너무 아픈 것일 테지 짐작은 한다. - P153

"귀한 놈이다. 능사여."
실은 아빠도 뱀술을 마시지 않았다. - P161

그의 이름은 신상웅이다. - P163

수영장 딸린 아랫집은 참 많은 사람이 거쳐 갔다.

"미안합니다. 제가 할 일이 있어서요."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말하면 열에 아홉 그 거리감을 깨닫고 뒤로 물러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A는,
"누나! 감바스만 먹고 가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잖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고 해,
먹고 기가 막혀! 내 솜씨 쥑인다 아이가."

A를 만난 지 십여 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그사이 꽤 가까워졌다. 아직도 A가 불편하긴 하다. 그는 너무 부지런하고(나는 너무 게으르다), 부지런하다 못해 부산하고(나는 주위가 부산하면 안정이 되질 않는다), 여전히 부지런한 속도로 술을 마신다(나는 게으른 속도로 오래 마신다. 그는 먹을 것도 좋아해서 안주가 푸짐해야 하고(나는 물이면 족하다), 소주를 좋아하고(알다시피 나는 위스키!), 노래도 꼭 불러야 하고(나는 노래방 가자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만취한 다음 날에도 등산은 꼭 해야 되는 사람이다(나는 움직이는 게 딱 질색이다. 내 집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이렇게나 다른데도 나는 A가 좋다. 좋은 사람이니까. A도 나도 술꾼 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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