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매우 힘들었다. 아침부터 한밤중에 이르기까지 녹초가 되도록 일했다. 여러 가지 뼈아픈 경험도 했고, 머리를 감싸 쥐고고민했던 일도 있었고, 실의에 빠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정신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이에, 점차 점원을 고용해서 채산을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대 끝을 맞게 될 무렵에는, 가까스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 P51

소설을 쓰자고 생각을 하게 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다.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 반 전후였다. 그날, 진구 구장의야석에서 나는 혼자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관전하고 있었다.
진구 구장은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금방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있어서, 나는 그 당시부터 꽤 열성적인 야쿠르트 스왈로스의팬이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봄바람은 따뜻하게 스쳐 지나가는 더 바랄 것 없는, 아주 기분 좋은 봄날의 하루였다. - P52

그렇게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소설을 쓰다 보면, 어느 정도 재미있는 것, 혹은 새로운 경향의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해도, 깊은 내용을 담은 무게 있는 소설은 쓸 수 없다. 모처럼 소설가로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만큼(말할 것도 없지만, 누구나그런 행운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고싶다, 나 스스로도 ‘이 정도라면‘ 하고 만족할 수 있는 소설을한 권이라도 좋으니까 완성시키고 싶다 그런 욕심이 우러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 P57

그러고 나서 얼마 있다가 담배를 끊었다. 매일 달리게 되면,
담배를 끊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었다. 물론 금연은 간단한 일이아니었지만 담배를 피우면서 달리기를 매일 계속할 수는 없다.
‘더 달리고 싶다‘는 자연스런 욕구는 금연을 계속하기 위한 중요한 동기가 되었고, 금단현상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담배를 끊는 것은 이전 생활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상징 같은 것이었다. - P61

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 P65

* 지금 생각해도 무엇보다 행운이었던 것은 내가 건강한 몸을타고났다는 사실이었다. 거의 사반세기에 걸쳐서 일상적으로 계속 달렸고, 수많은 레이스에도 출장했으나 다리가 아파서 뛸 수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스트레칭 같은 것도 제대로 하지않았지만 부상 하나, 상처하나, 병 한 번 앓은 적이 없다. 뛰어난 러너는 전혀 아니지만 튼튼한 러너라는 것만은 틀림없다.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주 작은 자질 중의 하나다. - P68

그러나 그와 같은 생활을 오랜 세월에걸쳐 해가는 동안, 새로운 수맥을 찾아내고 단단한 암반에 구멍을 뚫어 나가는 일을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효율성 있게 할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하나의 수원이 메말라간다고 느껴지면과감히 바로 다음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자연의 수원에만의지하고 있던 사람은 갑자기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어도 그리쉽게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 P72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평한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가령 불공평한 장소에 있어도 그곳에 있는 종류의
‘공정함‘을 희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헛수고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공정함‘ 에 굳이 희구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어떤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재량이다. - P72

건전한 자신감과 불건전한 교만을 가르는 벽은 아주 얇다 - P87

오로지 앞만 보고 계속 달린다. 태양은 그 온전한 모습을 내앞에 드러내고, 믿기 어려운 스피드로 충천을 향해 솟아오르고있다. 너무나 목이 마르다. 땀을 닦을 겨를조차 없다. 공기가 너무 건조한 탓에 땀은 피부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증발하고, 그뒤에는 하얀 염분만 남는다. 구슬 같은 땀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구슬이 될 틈도 없이 수분이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온몸이 소금기로 따갑다. 혀로 입술을 닦으면 안초비 소스의 작은 생선을 소금에 절여 만든 소스 같은 맛이 난다.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게 식힌 맥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기 때문에, 대체로 5킬로마다 차를 타고 옆에서 따라오는 편집자로부터음료를 받아서 마신다. 달리면서 이렇게 많은 물을 마시기는 처음이다. - P99

골!
드디어 결승점에 다다랐다. 성취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다. 내머릿속에는 ‘이제 더이상 달리지 않아도 좋다‘ 라는 안도감뿐이다. 주유소의 수도를 빌려서 온몸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몸에 달라붙은 소금을 씻어낸다. 인간 염전이랄까. 온몸이 소금투성이다. 사정을 들은 주유소의 아저씨가 화분의 꽃을 꺾어서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나에게 건네준다. "수고했어요. 축하합니다!" 이국 사람들의 그런 작은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뭉클하다. 마라톤은 작고 친절한 마을이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이런곳에서 수천 년 전에 그리스 군이 처절한 전쟁 끝에 페르시아의원정군을 배수진을 치고 물리쳤다니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마라톤 마을의아침 카페에서 나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찬암스텔 비어를 마신다. 맥주는 물론 맛있다. 그러나 현실의 맥주는 달리면서 절실하게 상상했던 맥주만큼 맛있지는 않다.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P103

그렇지, 어떤 종류의 프로세스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변경하는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와 어느 모로나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혹은 일그러뜨려서),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아, 힘들다. -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