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깔깔깔자지러지게 웃더니 내가 신을 원망할 때도이렇게 했다고, 터널을 나가면서 말했다. - P130

sans couleur. 프랑스어로 무채색. ‘색 couleur‘이라는 명사에
‘없음‘을 뜻하는 전치사sans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말이 말은 자세히 보면 참 이상한데 직역하면 ‘없는 색‘이라는 뜻처럼 보인다. - P126

바크티: MJ, 나는 많이 노력했어. 그런데 이 대학에서 한국인친구를 거의 사귀지 못했다. 아마 내가 우즈베키스탄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백인들은 매우 빠르게 친구를 사귄다. 모든 것은 외면 surface 즉, 살skin 이 문제다. - P127

그렇게 우리는 가혹한 환경에서도기어코 뜨거운 환대의 장소를 만들어 벌거벗고 나란히 걸터앉는다. 안부를 묻고 땀 흘리며 맑게 웃는다. - P125

그러고서 이 부부는 식당에 가면 식탁 밑으로 자꾸만 손을 숨긴다. 흉하다고, 남들보기에 불쾌하다고, 무릎 위에 단정하게 손을 숨긴다. - P123

너는 몰라도 그건 분명 네 목소리였어. 엄마는 알아. 엄마니까 엄마는 들려 네 시에서도 간혹 그 목소리가 들려 시 같은 거나는 잘 모르지만 그건 엄마만이 들을 수 있는 네 목소리야. 그때삼킨 성체가 얼마나 가벼웠는지 얼마나 작고 둥글고 소중했는지아무튼 그거 삼키길 참 잘했지? 내 성격답게 통째로 냉큼 받아 삼켰지. - P139

겨울을 이기고 자란 게 양의 기운이 많아요. - P144

인간의 이야기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인간의 위대함이나 찬란한 지성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동물들의 등 덕분이다. 우리의모든 지식과 문화와 전설과 상상은 타인의 살결에 빚진 거라는사실, 양피지, 이름부터 꿈같은 종이. 손을 대면 울음소리가 들리는 종이, 순한 동물의 살결이 책이 되었다니. 거위의 깃털을 산채로 뜯어서 속을 채우고 산다니. 이런 생각을 하며 세상을 보고있으면 시와 소설과 악보와 그림이 달리 보인다. 우리는 언제나죽음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제대로 읽고 쓰고 들으며 살아야 한다. - P161

그러니까 시는 연근의 구멍이 아닐까. 일상에 뚫린 놀라운 구멍, 골다공증에 걸린 할머니의 무게가 아닐까. 그러니까 시는 대나무뿌리를 볶아서 중국인들이 먹는다는 사실에 있고, 쌀알이밥이 된다는 마법에도 있고, 또한 고양이의 수염이나 침엽수라는 뾰족뾰족한 잎이 존재한다는 사실 속에도 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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