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부모님하고 싸운 거, 애인 때문이었어요."
"부모님이 반대했어요?"
천주안은 반대, 반대하고 입 속으로 반복하더니 피식 웃었다. - P27

"……… 애인이 보고 싶어요."
불빛이 사그라진 먼 곳을 바라보며 천주안이 나직이 말했다. - P29

차라리 아까처럼 눈물이라도 뚝뚝 흘리면 내 속이라도 시원하련만, 천주안은 울지도 않고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도 그 사람이 그럴 수 있길 바라야겠죠." - P31

어느새 바깥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그 눈이계단참에 소복하니 쌓이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유리문 너머로 제법 거센 눈발이 흩날리는 모습이 꽤나 볼만한 광경이라 넋을 놓고 있는데 드디어 천주안이 현관문 가운데로 스윽 빠져나왔다. 올려다보니 얼굴이 퉁퉁부은 천주안이 조금 머쓱한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 P37

나는 느긋하게 걸으며 앞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발 옆으로 눈 녹은 물이 돌돌돌 소리 내며 흐르고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해,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산책하기 그만인 날이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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