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소멸을 동시에 보여주는 놀라운 물질, 코끝에 톡, 멸어지면 눈이 번쩍 떠진다. 매우 선명하게 닿고 녹아 없어지기에(특히 첫눈을 맞으면 영혼이 활짝 열리는 기분이 든다. 자각할팬 이미 물로 화해 있다. 분명 손바닥에 닿았는데 녹아버렸어. 이렇게 눈은 사라지면서 존재하기에 물질이라기보다는 ‘상태‘에 가깝다. - P47

내 무지개 속엔 개가 있고 엄마가 있고언덕이 있고 복수가 차고 무덤을 그리고내 그리움 속엔 왕릉만한 비탈이 있어서정수리 너머로 봉분을 힘껏 끌어안을 때심장을 그리는 법을 알 것 같은데 - P52

부사는 부연하는 말에 불과하다고 말하곤 하죠. 하지만 그렇게 부차적인 말이나 부수적인 표현이 누군가에겐 목숨만큼 얻기어려운 것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문장을 쓸 때 부사를 빼라는 문장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지 않아요. 인생은
‘너무‘와 ‘정말‘ 사이에서 춤추는 일이니까요. 우리는 부차적인 것들 때문에 울고 웃으니까요) - P53

백탄은 은근히 화력이 세서 찻물을 끓이기에 적합하다. 얼마전 동짓날 엄마는 팥죽을 끓이느라 온종일 국솥을 휘휘 저었다.
죽과 스튜가 왜 만들기 어려운지 아니? 그건 뭉근하게 지속해야하기 때문이야. 나는 네가 시를 계속 쓰면 좋겠어. 놓지 않고 성실하게 쓰면 좋겠어. - P70

어깨. 인간의 가장 유려한 능선, 추스를 수 없는 우리 마음의곡면 가을이 오면 가장 빨리 추위를 느끼고 양손으로 쓸게 되는몸의 추풍령. - P86

육체는 정말 소중하고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야.
또한 아무것도 아닌 걸 매번 귀히 여기렴. - P93

그렇게 쓸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물건이 있다. 저저곤란한 상태로 썩지도 않는 것 그걸 쥐고 앞으로 계속 살아야 한다. 온갖 마음의 험한 자리를 닦아내면서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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