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미간이 잠시 주름지다 펴졌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었던 모양이다.
"저, 이 집 며느리였어요." - P103

. 그리고 그 책을 서재에서 가장 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아두어야지. - P107

변상칠개월 된 아기가 있는 힘껏 토를 해봤자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붙여 그릴 수 있는 동그라미만큼도 안 될 것이었다. 아기가 토를 한 건 아기의 잘못도 아니고 엄마의 부주의도 아니다. 아기는 원래 토를 한다. 마침 그 자리가 가죽소파였을 뿐이다. 그런데 엄마는변상이라는 서늘한 단어를 조심스레 건넸다. - P111

"두 시간 걸려서 왔어요. 낮에 집에 혼자 있는데 어디든 가야지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차분한 어조로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러다 여기에 와보고 싶어졌어요. H가 여기 머물다 간 이후로는계속 다투기만 하다 헤어졌거든요. 그러니까 여기가 저희에게는・・・・・… 마지막으로 아름답게 기억된 장소예요." - P118

하지만 나는 그러려고 이곳에 왔다. 지난 삼십대는 담대함과 효율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훈련만 받으며 지내왔으니까. 아니 삶을통틀어도 ‘늘 큰 꿈을 꾸고 시시한 것에 눈길을 주지 말며 다음 단계를 위해 지금을 참으라‘고 교육받으며 살아왔다. 삼십대가 저물 무렵부터 비로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누구를 위해 나는 최상으로 효율적인 무기가 되어야 하며 시시한 것에 눈길 주지 않고 통 크게 살아서 도대체 뭘 더 얻었는지. 도리어 그런 인간으로 길러지는 사이에 더 인간다울 수 있는 가치들을 생의 행로에 쉬 버려두고 온 것만같다. - P127

솜씨 좋은 인터뷰어가 아니라도 지금 당장품을 수 있는 자세들이다. 타인을 향한 애정과 겸손은 배운다고 느는 게 아니니까. - P139

영수증 용지에 사진도 인쇄할 수 있더라고, 영수증 잉크는 시간이 지나면 휘발하잖아. 이 작품도 같은 잉크를 썼으니까 점점 희미해지다가 결국 종이만 남고 다 사라질 거야. 시한부 작품인 셈이지."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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