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터는 넓은 편이었고 땅의 경계를 표시하듯 마당 양끝에 커다란 나무가 두 그루 서 있었다. 도로에 접해 있지만 앞마당이 넓고집은 뒤로 훌쩍 물러나 있어 한갓졌다. 소미는 현수가 왜 이 땅을사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 P129

그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끊겼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런 식은 아니었을 거라고, 다시는 못 만나는 식으로는, 다시 만나서는 안 되는 식으로는 아니었을 거라고, 소미는 생각한다. - P131

. 저 가여운 부부도 미쳐가는 중일 거라던 현수의 말이 떠올랐다. - P137

기차를 탄다고? 남편은 믿을 수 없어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했다. 당신이 그 약해빠진 몸으로 혼자서 매일 U시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고? - P141

소미가 매일 U시에 현수를 만나러 가던 때, 현수가 소미에게 화장실에서 휴지를 얼마만큼 쓰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 P141

이게 웃기냐?!
아, 웃겨 죽을 만큼 웃겨 현수야.
뭐가?
그냥 휴지를……… 두루마리 휴지를………… 많이 쓴다는 게… - P143

현수가 말한 그때는 그때가 아니었지만, 자신들이 다시만났던 그때가 그래도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젊었던 시절이었다는것을 이제 소미는 안다. 그래서 여전히 두렵고 또 두려웠다는 것을. 그래서 그렇게 많이 웃고 죽자고 담배를 피워대고 겁없이 땅을 사고 했다는 것을. - P144

이렇게 때가 없는 분은 처음 봐요.
소미는 아, 그래요, 하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세신사는 칭찬으로 한 말이겠지만 때가 없는 게 좋은 건지 아닌지 소미는 알 수 없었다. 문득 세신사에게 당신은 하루에 두루마리 휴지를 얼마나 쓰느냐고 묻고 싶었다. 물론 소미는 묻지 않았다. - P145

소미는 외로웠고 앞으로 자신이 더 외로워질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절대 그럴 리는 없지만 언젠가 현수가 자기를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 P1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