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지금 임신을 했다고 말해도 내 자유를 존중한다며신경쓰지 않을 사람이야. 그게 얼마나 외로운 건지 너는 몰라."
하지만 외로움에 대해서라면 나도 일가견이 있었다. - P94

케첩 튜브를 쥐어짜면서 내가 기습적으로 물은 것은 멸치국물덕분에 온몸이 따뜻해지고 아늑한 빗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울 즈음이었다. 레나와 한수가 당황한 듯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못 본척했다. - P99

일고백하자면 그즈음 나를 매혹한 건 사랑이라는 미지의 감정 그자체였다. 내가 사춘기에 막 진입한 나이였고, 연애소설을 핑계삼아 누군가의 첫사랑을 찾고 있는 중이었단 걸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 P101

"집에 한국 노래 시디 가지고 있는 것 있니?"
한번은 한수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 P102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는 지극한 정성과 수고가 필요하니까." - P107

그건 언니가 떠오르면 죄책감이 느껴질 만큼의 행복이었다. 죄책감이 가슴을 쿡쿡 찌를 때마다 속으로 언니에게 말을 걸어야 했을 만큼의 행복.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스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 P109

사진 속에는 절대 열어보지 마시오, 만지면 100년 동안 재수없음이라고 유성펜으로 굵게 적고 박스 테이프로 덕지덕지 봉한 귤 상자하나가 들어 있었다. - P123

"한국에 가면 있지, 딱 이 주는 정말 좋아. 가족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고 한국 음식 실컷 먹고. 근데 이 주가 지나면 바로 알게되는 거야. 아, 여기에도 내 자리가 없구나 하고. 선자도 그랬던거겠지."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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