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 나는 야자수를 떠올리고 있다. 물론 내가 떠올리고 있는 것은 하와이나 발리에 놀러가면 볼 수있는 야자수가 아니다. - P7
"야, 나 다음달 초에 제주로 내려가서 거기서 약국 한다." "너 정말 돌아가는구나." - P15
눈을 감자 그 사진이 보일 것만 같았다. 오렌지색 스웨터를 입고 소파 등받이에 오른팔을 걸치고 앉은 채 왼편을 바라보며웃고 있는 한 여인의 사진 그녀는 앞머리가 가지런한 단발머리에금테 안경을 낀, 수줍어 보이지만 작은 눈만은 장난꾸러기처럼 반짝이는 동아시아계 여인이다. 사십대 중반의 나의 이모. - P18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던 나는 이모와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는 사실에 너무 긴장해배가 사르르 아파왔다. - P21
"하지만 기억하렴. 그러다 힘들면 꼭 이모한테 말해야 한다. 혼자 짊어지려고 하면 안 돼. 아무리 네가 의젓하고 씩씩한 아이라도 세상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슬픔 같은 건 없으니까. 알았지?" - P25
한 달 조금 넘게 지속된내거짓말을 알아챈 사람은 이모였다. - P35
G시엔 한국 식품점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프랑크푸르트에서 오는 트럭을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배추며 장, 젓갈 같은 것을 파는 그 트럭이 오는 날이면 엄마와 이모는 잊지 않고 나가 식재료를 샀다. - P39
그곳에서 나는 그저 온전한 나였고, 레나는 온전한 레나였으며, 우리는 온전한 우리였다. 그런 시간은이모가 시장에서 떨이로 사온 무른 산딸기나 살구로 만들어주던잼처럼 은은하고 달콤해서, 나는 너무 큰 행복은 옅은 슬픔과 닮았다는 걸 배웠다. - P40
"엄마, 엄마! 이모가 오리 똥구멍에 사과를 쑤셔넣어!" - P47
Gehirntumor (남성형 명사]1. 뇌종양 - P57
어쩔 수 없이 한수에게 조금 질투가 났다. 사랑하는 사람이 곧 세상에서 없어져버린다는 걸 미리 알고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일까. - P65
"잘 생각했어." 연못을 등진 채 웃으며 말하는 레나의 금빛 머리카락이 햇살에반짝였다. 무언가를 찾는지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오리 세마리가 날아오를 듯 날갯짓을 했고, 과묵하기만 하던 한수의 얼굴이 누군가 불을 붙인 초처럼 일순 밝아졌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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