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을 즐기게 된 아이는 친구들 없이도 신나게 자전거를 타며 땀을 흘렸다. 일을 못하리라는 것을알면서도 나는 에코백 안에 책과 작은 노트를 악착같이 챙겨 다녔다. 아이를 위한 물건들 사이에서 책의모서리는 둥글게 휘어졌고 노트의 표면에는 잔 기스가 잔뜩 생겼다. 암담함 속에서 세상은 풍문과 잡음으로 시끄러웠고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나아지긴 할 건지 예측할 수 없었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하늘과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어떤 시기에도 아이는 자란다는 것과 어떤 일도결국에는 지나가리라는 사실만이 희미한 위안이 되었다. - P80
소설을 쓰지 않으면 나는 행복할 것인가에 대해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타인의 행복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었다. 소설을 쓰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한 문장이 풀릴때, 이 문장을 만나려고 그렇게 썼다지웠구나, 깨닫게 되는 순간, 들인 시간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가성비 같은 말로는 도무지 설명이나 환산이 되지 않는 희열이 머리에서 발끝으로 흘러내렸다. - P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