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한 작업이었다. 무료 전자책 서평집 『한국 소설이 좋아서』가 나오자 주요 서점들이 일제히 기획전을 열어주었다. 한 달 동안 이 전자책을 내려받은 사람이 1만 명이 넘었다. 이두온 작가의 스릴러 시스터』가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는 과정에서 이 서평집이미약하게나마 기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무척기뻤다. - P402

아아. 그러니까 이건 더 이상 독서 생태계 문제가아니로군. 이제 사람들이 긴 글을 읽지 않는군. 아니,
읽지 못하는군. 체계적인 지식과 지혜는 긴 글에만 담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문명의 종말에 다가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 나는 여태까지 책을 읽는사람들이 우리 문명을 지켜왔다고 믿는다. - P404

그렇게 ‘한국 소설이 좋아서 2‘와 독서 플랫폼을 아내와 대학 동기, 개발자 청년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내년 5월이나 6월쯤 공개할 수 있을까? 사이트이름은 ‘그믐‘이라고 지었다. 아직도 책을 읽는 독자들, 바로 우리들이 문명의 그믐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 P406

내가 ‘소설을 쓰겠다‘고 했을 때 HJ의 반응은 ①번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 도박이나 주식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낚시나 골프보다도 낫네. 돈도 안 들고, 주말에도 어디 싸돌아다니지 않고 집에 붙어 있을 테니. - P414

요즘은 스톱워치 방식‘을 쓴다. 1년에2,200시간 이상 글을 쓰는 걸 목표로 하고, 글 쓰는시간을 스톱워치로 재는 방식이다. 나와 잘 맞는다. - P418

하루키가 쓴 얘기로 기억한다. 사람들이 여성성이라고 믿는 것들 중 상당 부분은 집안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집안일을 하게 되면 여성성을 상당히 이해하게 된다고.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는 특히청소야말로 매우 폭력적인 작업으로 느껴지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나의 남성성이 강화되는 것 같다. 청소는 예술보다는 공학에, 이해나 교감보다는 정복과통치에 가깝다. - P422

단 몇 미터를 걸어도 그사이에 무언의 메시지를 수십 가지는 받는다. 어떤 상품이 폭탄 세일 중이고 어떤 가게가 문을 닫았고 무엇이 유행이고 지금 시대정신은 이것이고……………. 작품에 당대를 담으려는 소설가라면 그런 변화들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걸까? 모르겠다. 유의미한 정보와 무의미한 소음을 구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방법은 나만 모르는 게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 P432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무척 로맨틱한 시기이기도 했다. 나와 내가 아닌 것의 구분이 명확했고, 내가 아닌 것에 나는 가담하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이 아주 잘 벼린 칼날이 된 듯했다. 현대인에게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감정이고 기회였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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